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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리양/일상과 관리

고양이 털 관리법(고양이 미용의 위험성)

by 량집사 2020. 2. 21.

 

우리 리양이는 애기때부터 떡잎이 남달랐습니다.

 

 

 

 


보송보송 민들레 홀씨같은 털이 아니라 마치 수세미같은 털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오죽하면 병원에서 빗질 자주 해 주면 나중에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다고 얘기 할 정도였어요. 확신없는 말투였죠...

저랑 제 언니는 거칠고 푸석거리는 리양이 털을 보며 근심에 빠졌고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싶어 빗질이며 쓰다듬을 자주 해 줬어요. 종합 영양제도 자묘용으로 적정량 줬구요.

이때에는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용품도 진짜 없었을 때였어요. 자묘용 빗이라던가 장모용 빗 이런건 아예 없었고 그나마 사이즈가 작은 슬리커 브러쉬를 겨우 살 수 있었어요.

 

 

 

 

 


그랬던 리양이도 어느정도 크니까 페르시안의 면묘를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노력이 빛을 발한건지 배냇털이 빠지고 좋아진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세미에선 벗어나 먼지털이같은 털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사진이 중성화하기 전, 7개월 정도의 모습이에요. 이러다가 리양이는 중성화를 하게 되어요. 리양이 털이 많이 빠진다는 이유로(실제론 장모 고양이치고 많이 빠지는 것도 아니었음) 부모님이 마취하는김에 미용까지 하자고 하셔서 전체 미용을 하게 됩니다.

이후로도 리양이는 마취 미용을 두 번 정도 더 하게 돼요.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이 고양이 미용하면 자주 보는 모습이죠. 생닭미용이라고도 하는 빡빡이 미용.
위의 사진은 마지막 마취 미용을 했을 때 사진이에요. 꼬리털이 많이 남았는데 이건 제가 따로 요청해서 이렇게 남겨준거고요. 평소에는 꼬리도 끝에 방울이랍시고 조금만 남기고 다 밀어요.

 

이때 리양이는 마취 부작용으로 거의 죽을 뻔 했고 이후로 두 번 다시 마취미용을 하지 않겠다고 부모님과 싸웠어요.

제 인생에서 리양이에게 한 일 중에 가장 후회되는 일을 꼽자면 당연 미용을 시킨거에요.
그때 당시에는 마취 미용과 무마취 미용 둘 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정말 최악의 모질을 가진 고양이도 미용하지 않고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라고 싶어요. 더불어 마취미용, 무마취미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도요.

 

 

 

 

  리양이는 마지막 마취 미용에서 위와 같이 털이 고르게 자라지 않기 시작합니다. 사진에선 정확히 잘 안 보이지만,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털이 안 자라거나 겉털(매끈하고 긴 털)이 나오지 않고 속털(부들부들하고 비교적 짧은 털)만 나온 부분이에요. 겉털과 속털이 나오는 사이클이 있는데 전체미용은 한 번에 싹 밀어버려 겉털과 속털이 한꺼번에 자라게 됩니다. 

  이중모는 길고 두껍고 매끈한 겉털의 사이사이를 부드럽고 가늘은 속털이 촘촘하게 채우고 있어요. 즉, 겉털은 길게 자라고 속털은 피부에 가깝도록 비교적 짧게 자라야 하는데 한번에 자라나오게 되면 이 두 종류의 털이 엉켜버려요. 결국엔 미용을 하면 할수록 털이 더 잘 엉키고 피부를 당겨 예민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리양이는 감각과민증후군(지각과민증후군)이 있는데 그 원인도 저는 미용으로 보고 있어요. 물론 감각과민증후군의 원인은 다양하고 명확하게 밝혀진건 없어요. 리양이의 경우 미용이 원인일 확률이 큰 거죠. 

 

잘못 자란 털이 계속해서 피부를 땡겨 자극이 가고, 미용을 하면 또 외부 자극으로부터 방어해줄 털이 없으니 감각이 예민해지고 털이 자라면 또 그 털들이 피부를 땡기고. 왜 전체 미용이 안 좋은지 아시겠죠? 

 

이제 마취미용의 위험성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여기부터는 길어도 꼭 읽어주세요! 

 

보통 마취는 주사제 마취와 가스 마취가 있습니다. 설명하기 쉽게 중성화 수술을 예로 들자면 몸무게에 따라 1차적으로 주사 마취제를 투여, 일시적으로 마취를 시킨 다음 기도 삽관을 하게 됩니다.

 

체급별로 맞는 크기의 관을 넣고 고정한 다음 마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취 가스가 들어가요. 이 삽관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원활이 되고 있는지도 체크합니다. 

 

그런 다음 심박수와 체온 등을 체크하는 기구를 양 겨드랑이, 또 허벅지와 몸통이 이어지는 부분에 설치하는데, 그냥 맥박이 잘 잡히는 부분에 설치한다고 보시면 돼요. 이 기구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아무튼 여기까지 하면 수술 부위의 털을 밀고 소독을 한 다음 수술이 진행됩니다. 

     

 

왜 이렇게 길게 얘기했냐면 마취를 하게 되면 몸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심박수, 호흡수, 체온, 이산화탄소 배출 등등 많은 것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후에 마취해서 깰 때도 내려간 체온이 제 시간에 잘 회복되는지 계속 지켜봐줘야해요. 

 

그런데, 미용을 할 때 마취는 어떻게 할까요? 과연 미용을 할 때에도 삽관을 하고 가스 마취를 할까요? 심박도 확인을 할까요? 체온 체크는?  다른 부분은 또 말해서 뭐할까요. 

전체 미용을 하는데 몸에 주렁주렁 뭔가를 달아놓으면 미용이 안 되겠죠? 그래서 대다수의 마취 미용은 주사 마취 후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체온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없이 미용 테이블 위에서 늘어진 채 미용이 이루어집니다. 

 

또 주사 마취는 부작용이 큰 편이라 대부분의 수술에서는 최소량만 주사하고 수술 유지에 필요한 마취는 가스 마취제로 해요. 즉, 주사 마취는 삽관을 하기 위한 일시적인 마취라고 보시면 돼요.(단 수컷의 중성화의 경우 워낙 단시간에 끝나기때문에 삽관을 안 하기도 합니다. 잠복고환 예외) 

 

하지만 미용에서는 삽관을 안 한다고 했죠? 그래서 가스 마취는 쓰지도 못 하고 주사 마취만 사용하는데, 미용이 아무리 빨라도 몇 십분은 걸리니 용량을 조금 늘려서 주사하게 됩니다. 마취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야하니까요. 그럼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겠죠. 그래서 어떤 병원은 서약서까지 쓰고 미용을 받습니다. 무슨 서약서인지 내용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왜 우리 고양이의 목숨을 담보로 걸면서까지 미용을 해야 할까요. 

 

그럼 무마취 미용은 괜찮을까요? 아니요. 전혀 아닙니다. 리양이는 무마취 미용을 딱 한 번 받고 와서 클리핑 신드롬에 걸렸습니다. 털이 자라지 않는 증상이에요. 이것도 원인이 많은데 보통 극도의 긴장&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해 모근이 수축해 일시적으로 활동을 멈춰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어요. 

 

리양이는 일 년이 넘게 털이 자라지 않았어요. 

 

또 장모종 고양이는 대부분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요. 페르시안만 해도 유전병으로 심근비대증이 있습니다. 모든 고양이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위험하지만 심장이 약한 종의 경우 스트레스만으로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어요. 

그렇다고 단모종, 특히 코숏은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심근비대증 발병 비율 1위가 코숏이에요. 그리고 단모종 고양이는 미용을 할 이유도 없어요... 장모종처럼 엉키거나 관리가 힘든 것도 아니니까요. 털이 많이 빠져서 미용한다, 이거는 사람의 욕심입니다. 하지 마세요.

 

사람도 극도로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에 피가 확 몰려 뻐근해지죠. 고양이도 똑같아요. 심장에 압박이 어마어마하게 갑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단기간에 심하게 받으면 심정지가 오기도 해요. 

 

낯선 인간에게 온 몸을 제압당하고 큰소리에 진동과 열을 뿜는 기계가 내 몸에 닿는 상황에서 고양이가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는 얌전히 잘 있던데요?  저희 리양이도 병원에 가면 얌전해요. 하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게 고양이가 얌전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아닙니다. 그 아이는 스트레스 받으면 얼어붙는 성격일 뿐이에요. 꼭 공격성을 띄어야 스트레스 받고있는 건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마취 미용=주사 마취 부작용, 마취 상태에서 모니터링 안 됨, 저체온증, 마취 부작용으로 인한 심정지 위험, 호흡곤란 등의 상황에 대비가 안 되어 있음. 

 

무마취 미용=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클리핑 신드롬(털이 자라지 않음), 심정지 위험, 심장질환 위험. 병원이 아닌 개인 샵이 많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 미흡. 

 


   !!위의 내용은 길더라도 꼭 읽어주세요!!

 

위의 내용은 제가 동물병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과 수의간호학 책을 보고 독학하여 알게 된 내용, 학과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과 리양이를 8년간 반려하며 얻은 경험 등이 합쳐져 나온 정보입니다.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문의주세요. 

 

그래서! 그럼 장모종 털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냐.

사실 별 것 없어요. 보호자의 노동력이 어마무시하게 필요합니다.

 

 

 

  일단 리양이의 현재 모습이에요. 타고나길 보송보송한 털을 가지고 태어나서 이건 안 바뀌더라고요. 생식도 먹이고 관리도 요즘 잘 하고 있지만 애초에 리양이는 촤르르 떨어지는 매끈한 털이 아니어서요:)

하지만 사진을 보면 몸통과 다리, 꼬리의 결이 차분하고 은은하게 광도 나죠? 많이 좋아졌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어떤 것이 필요하냐하면, 일단 기초공사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만 해도 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4일 걸렸어요. 

먼저 머리나 엉덩이 둘 중 한 곳을 시작점으로 잡고 섹션을 나눠줍니다. 섹션은 일종의 가르마를 탄다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이렇게 가르마를 타고 털을 눕혀주시면 돼요. 사진을 급하게 찍어서 가르마가 삐뚤빼뚤한데 일직선으로 곧게 타 줘야 고양이도 안 아파하고 보호자도 빗어주기에 편해요. 

이렇게 잘 나눠줬다면 털의 끝부분부터 천천히 빗어가기 시작해 털의 뿌리까지 온전히 빗어줍니다. 그럼 뿌리 쪽에서 엉청나게 엉겨 있는 것을 보실거에요. 저도 처음 보고 진짜 깜짝놀랐어요.

 

지금도 사진의 화살표를 보면 죽은 털이 엉켜있는게 보여요. 저런게 잘 빠져나와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멀쩡한 털들한테까지 가서 달라붙어 점점 커지다가 공이 되어버리는거죠. 

 

저 한 섹션이 끝나면 그 위에 또 가르마를 타서 넘겨 다시 뿌리까지 확실히 빗어 내리고 그렇게 끝까지 해주시면 돼요. 섹션 나누는 걸 글로 쓰려니 힘드네요... 이해가 잘 안되는 분들은 유투브에 검색해보시면 영상이 있을거에요. 섹션을 나눌때는 꼬리빗의 꼬리 쪽으로 슬슬 털을 갈라서 하시는게 편해요. 꼬리가 있는 콤 브러쉬 추천합니다:)

 

 섹션을 나눌 때 털을 얇게 떠야 뿌리에 뭉친 털들이 확실히 빠질 수 있어요! 빗이 털을 통과하도록 해주세요. 

 

이때 솜털은 많이 건조한 상태라서 뭉쳐있는게 제거가 잘 안 돼요. 정전기도 심하고요. 그래서 전 플라워 워터를 빗에 소량 스프레이 해서 빗어줬어요. 

 

 

 

 

브러싱 스프레이는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며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플라워 워터도 에센셜 오일의 성분이 극소량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오래 섭취하는건 안 좋아요. 

 그런데 털의 뿌리쪽은 고양이가 그루밍하면서 닿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저는 브러쉬에 살짝 뿌려서 가급적 뿌리에만 닿도록 해줬어요. 

 

저렇게 몸 전체를 빗어줍니다. 뿌리에 엉겨있는 죽은 털들을 다 제거하는 과정이에요. 저 죽어있는 털들이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빗을 써봤자, 좋은 샴푸를 써봤자 소용없습니다. 제가 다 사보고 써보고 했거든요...

 

한 번 더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리양이 겨드랑이입니다. 털 진짜 잘 엉키는 부분이죠. 이미 살짝 엉켜있었어요.

자 일단 저렇게 피부가 일직선이 될 정도로 털을 갈라줍니다. 

 

 

 

  그리고 위에 플라워 워터를 소량 뿌린 콤 브러쉬로 털이 다 통과하도록, 뿌리까지 확실히 빗어줍니다.

그 뒤에 또 윗 부분의 털을 한 겹 떠서 피부가 보일 정도로 갈라 나눠주신 다음 똑같이 빗어주시면 돼요. 

 

이 과정은 진짜 사람도 힘든데 고양이도 엄청 힘들어해요. 스트레스 크게 받습니다...진짜로. 그래서 한 번에 빨리 끝내려고 하지 마시고 넉넉하게 일주일 정도 기간을 잡아서 해주세요. 오늘은 왼쪽 허벅지, 내일은 허벅지 위에서 갈비뼈 밑까지, 그 다음 날은 갈비뼈 부분, 그 다음날은 오른쪽 허벅지. 이렇게 진행해주시고 고양이가 힘들어하면 멈춰주세요. 

 

이렇게 전체적으로 엉켜있는 죽은 털을 한 번 제거하면 털이 잘 안 엉켜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부드럽게 빗어주세요. 아, 배는 하지 마세요! 배는 몸통 부분만큼 털이 촘촘하지 않아서 섹션을 나눌 필요 없이 간격이 넓은, 성긴 빗으로 잘 빗어만 주셔도 돼요. 겨드랑이는 저처럼 고양이가 옆으로 누워있을때 보이는 부분만 섹션을 나눠서 해주세요. 

 

이렇게 몸 전체를 싹 빗어줬다면 그 뒤에는 하루 두 세 번 콤 브러쉬로 슥슥 빗어주세요. 그러다가 브러쉬가 잘 안내려가는 부분이 있다면 부분적으로 위와 같이 섹션을 나눠서 죽어있는 털을 제거해주시면 됩니다. 

 

말로 쓰니 확실히 어려운 부분이 있네요. 조만간 영상을 찍어서 다시 올릴게요:) 

 


플라워 워터는 막 구매하지 마세요! 고양이에게 위험한 종류도 있어요. 문의 주시면 도와드릴게요. 굳이 플라워 워터가 아니고 일반 물을 쓰셔도 좋아요! 저는 리양이가 비듬이 심해서 겸사겸사 집에 있는 플라워워터를 사용한거에요!  


 

 ★장모종 털 관리는 콤 브러쉬가 최고입니다. 다른 브러쉬 다 필요없어요.
콤 브러쉬를 위의 사진처럼 간격이 다른 빗 하나, 꼬리가 달려있는 꼬리 콤 브러쉬 하나 이렇게 구비 해 놓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