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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리양/지갑으로 모신 후기

한 달 양식 도착(생식)

by 량집사 2020. 1. 10.

 

 

 

 

 매달 오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택배... 생식을 품은 택배입니다. 저희 집은 리양이와 돼지, 막내 셋 다 생식을 주로 먹이는게 목표에요. 물론 돼지와 막내는 밖에서 살기 때문에 일교차가 심하거나 지금같이 추울 때는 습식을 먹이지 않습니다.

 습식은 건물(dry matter)의 열량이 적고 수분이 많기 때문에 지방을 찌워 겨울을 견뎌야 하는 길고양이에겐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에요. 사료만 먹는 것보다 살이 안 찌고 열량이 부족해 결국에는 배고픔에 시달려요. 포만감은 오래 가지만 열량이 부족해 금방 기력이 없어지는거죠. 죽처럼.

 봄, 여름에는 상하지 않게 잘 관리해주면서 습식을 주는걸 추천하지만, 가을 겨울에는 가급적 습식을 주지 마세요. 이런 말을 하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겨울에 추위에 떨고 수분 섭취도 어려운 애들한테 왜 주지 말라고 하냐고.

 저도 고등학교때부터 길냥이 사료를 챙겨줬고 지금 집에서만 8년째 길냥이를 돌보고 있는데 설마 근거 없는 얘기를 할까요. 반려동물학과에 편입하고 고양이 전문 세미나 혹은 원데이클래스를 다니면서 추가로 공부해 나름대로 정리한 지식을 바탕으로 얘기하고 있어요. 물론 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도 있구요.

 돼지는 원래 몸이 약했기 때문에 구내염이 온 게 이상하진 않지만 이번에 막내도 구내염 증상을 보이는 것을 보고 확신했어요. 겨울에 습식은 길고양이에겐 좋지 않구나. 이번 겨울에 돼지 약 먹인다고 습식을 주면서 막내도 많이 얻어먹었거든요.. 자꾸 뺏어먹으려 들어서.

열량은 부족하고 추운 날에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니 체온을 유지하는게 힘들고 따듯한 잠자리도 부족하니 결국 면역력이 떨어져 허피스 칼리시 바이러스가 재발하고 그 결과 입을 공격당해 구내염으로. 혹은 허피스로.

물론 겨울철에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아이들을 보면 제일 좋은 것을 해주고 싶죠. 하지만 아이들이 겨울만 사는것은 아니잖아요.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이유는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요?
겨울을 안전하게 보내야 건강한 몸으로 봄을 맞이할 수 있어요. 봄에는 매 끼니 캔을 줘도 좋으니까(대신 애들이 사료를 안 먹어요) 겨울만은 캔을 주지 마세요.

 

 

얘기가 길어졌네요. 아무튼 그렇다 해도 돼지는 약 먹일 때 조금씩 먹이고 있고 리양이는 하루 3번 150g정도 생식을 먹고 있어서 한 번 살 때 넉넉하게 사 놓는 편이에요.

이날 온 생식은 비타펫 친환경 마미안 통닭 생간 생식(썰은것) 4.5키로에요. 영양 결핍이나 과잉을 최대한 줄이려고 레시피를 돌려 먹이고 있어요.

왜 썰은 것을 샀냐? 라고 물으시면 리양이가 좋아해서 라고 답할 수 밖에...
이것 저것 사서 먹이다보니 (썰은것)이라고 쓰여 있는게 궁금해지더라구요. 한 번 사서 먹여봤더니 생각 외로 리양이가 좋아해서 그 뒤론 자주 썰은 것을 주문해요. 고영이마다 호불호가 갈리니 테스터를 구해서 먹여보시고 주문하세요!

 

 

저희집은 가족 모두 같이 살고 있어서 냉동실 한 칸을 겨우 빌려서 애들 생식을 넣어놔요. 예전에는 어머니가 너무 싫어하셔서 생식을 중단했는데 제가 고양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다시 생식을 먹이기 시작하니까 '뭔가 이유가 있겠지'하고 허락 해 주셨어요ㅋㅋㅋㅋㅋㅋ

이사를 가게 되면 제 방에 전용 냉동고를 사 놓을까 생각중이에요. 생식을 넣을 때마다 공간이 부족해...

 

 

정리하다가 색깔이 다른 게 있어서 뭐지 하고 꺼내봤더니 덤이네요. 다른 것들이랑 색깔과 질감이 다르죠?

 

 

얘는 통닭 심장 덤

 

 

얘는 오리 덤
가끔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는데 이번에는 다행이 알아보기 쉽게 써 주셨어요.

 

 

덤들은 덤들끼리 따로 넣어줍니다. 나중에 테스트 용으로 줄 때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에요.

 

 

나머지 생식들은 어찌저찌 꾸역꾸역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생식이 하나 더 있어요ㅎㅎㅎ
다음날 도착한 이 생식은 직접 생식을 만드시는 집사님께 주문해서 받은 거에요. 총 2.5키로.

 

 

리양이는 유독 신이 났어요. 아마 다른 고양이들 냄새가 은근히 나서 그런 것 같아요.
항상 주문하는 닭 생식 2키로와

 

 

특수육 샘플 500g입니다. 이번 특수육은 말고기(!)라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신청했어요.

 

 

 냉동실 사진이 적나라해서 좀 그렇지만ㅠㅠ 어떻게 겨우 정리를 했습니다. 진짜 짜증났어요...
이번에 유독 많이 주문했더니 할당받은 냉동실 자리가 부족하네요..

진짜 냉동고 사고 싶은데 냉동고 놓을 자리도 없어...

 

 

아무튼 다 정리하고 특수육 생식은 하루동안 냉장실에서 해동을 한 뒤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녹아서 나온 핏물은 잘 섞어서 줘야해요. 유독 새빨게서 좀 놀람... 냄새도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나서 조금 거북한 느낌...?

집사 반응이야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요.

 

 

 먼저 숟가락에 묻은 것 부터 핥게 했는데 잘 먹길래 그릇 채로 줘 봤어요.

 

 

  그 결과, 리양이는 놀랍게도 엄청 잘 먹었어요. 이것도 좀 충격받음.. 나중에 소고기로 생식 해줘도 잘 먹으려나...
원래 야생 상태에선 사냥할 수 없는 크기의 동물이라서 굳이 먹여야 할까?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꼭 성체를 사냥하란 법은 없기에 새끼나 약해진 개체 혹은 시체는 먹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가끔씩 특식으로 줘도 되겠다 생각을 고쳤어요.

생식을 먹이고 나서 리양이의 활력도 달라지고 모질이나 성격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계속 생식을 먹일 예정이에요.(물론 개체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이번 년도 목표는 홈메이드 생식을 성공하는 거고 그러기 위해서 영양학 공부도 하고 있구요.

생식은 절대!!생고기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생고기를 준다고 '우리도 생식 먹여' 아니에요! 모든 영양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능 생고기 식을 줘야 생식입니다.

많은 동물 병원이 생식에 부정적인 의견인데 그 이유 중 대다수가 저런 생각에서 나온 막생식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솔직히 영양요소를 잘 맞춘 생식을 갈아서 건조한게 사료거든요. 그럴 바에는 제대로 공부해서 생식을 주는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에요.
사료는 여기에 들어간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폐계인지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인지 유기동물 사체인지) 모르고 그 밖의 재료도 그 질이 어떨지 모르는 거니까요.

물론 사료 먹이는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저희 집 육식파 삼냥이들도 사료를 조금씩 먹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생식이 안 좋다는 인식이 많아 이건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을 확실히 얘기하고 싶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홈메이드 생식이 좋구나'란 결론에 다다라서 혹시나 생식에 편견이 있으셨거나 긴가민가하셨던 분들은 생식에 대해 공부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영양학이라도요.

보호자가 많이 알고 있을수록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거든요:)